[인터뷰]축적과 돌파의 힘,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





"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 성장이란 '성숙'입니다.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하지 않는 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해요. "



Q.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환경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해피문데이는 ‘더 많은 여성의 건강한 삶’을 구현한다는 미션 아래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격차 없이 건강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요.


비즈니스 축은 ‘서비스’, ’커머스’, ‘콘텐츠’로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서비스 ‘헤이문’은 월경 주기 관리를 통해 자신의 몸에 대해 잘 기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커머스’는 헬스케어의 기본인 좋은 제품을 다루는 파트인데요, 대표적으로 월경 케어 브랜드 ‘해피문데이'를 운영하며 생리대, 탐폰 등 월경 관련 제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콜라보를 진행해 해피문데이 에디션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여성 건강 케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좋은 제품들을 선별해서 소개해드리는 커머스 ‘헤이문 쇼핑'도 제공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에 대한 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를 만듭니다. 



Q.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직 운영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피문데이에는 일하는 문화를 설명하는 ‘워크 컬처 코드’가 있어요. 우리가 일하는 존재로서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일하는지를 표현하는 코드에요.  그중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세 가지 항목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해피문데이 구성원은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에 공감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고, 조직 안에서 개인의 역량과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는 ‘규율 있는 사고와 행동’을 합니다. 


또 우리는 ‘축적과 돌파'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해요. 한 명으로,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지 않죠. 그렇게 축적이 쌓이면 ‘돌파’를 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혁신, 즉 임팩트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러는 축적이 아닌 반짝하고 나타나는 성과로 잠시 속여볼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임팩트는 축적과 돌파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에 대한 믿음과 끈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이처럼 워크 컬쳐 코드를 만들어 두는 일은 신규입사자분들이 업무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잘 만들어 놓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출처: 해피문데이 채용 페이지)



Q. 조직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지금이요. 점점 더 힘드네요. (웃음) 


2년 차쯤엔 좀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구성원이 10명 정도일 때는 20명, 30명이 되면 훨씬 편할 거라고 생각했고요. 투자받으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으로 순간을 버텨나가기만 하면, 언젠가 무너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이 길은 끝이 없어요. 회사가 커질수록, 내가 내리는 결정의 무게가 더해지면 더해지지 절대 가벼워지지 않아요. 결코 쉬워지지도 않고요. 이 사실을 잘 받아들이고, 오늘의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할지를 찾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오늘은 어제와 다른 오늘의 고민이 생기고, 어떤 고민이 한 번 해결되고 나면 그 고민은 별 게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지죠. 계속 반복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의 진폭도 점점 더 커지는데요, 대신 맷집도 점점 더 늘어요. 맷집이 느는 속도보다 고민이 늘어나는 속도가 왜 항상 더 빠를까 궁금하긴 합니다. (웃음) 


해피문데이의 조직구성

길드 4개, 하우스 3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길드는 제품을 만들고 소싱하는 브랜드 길드, 서비스의 기획/개발/디자인을 하는 서비스 길드, 여러 종류의 마케팅을 하는 마케팅 길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성장하는데 구멍이 뚫리지 않도록 하는 오퍼레이션 길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하우스는 개발, 디자이너, 기획 하우스로 이루어져 있고요. 격월에 한 번씩 하우스 단위로 모여 서로의 현황을 공유하고, 일하는 방식을 나누기도 합니다.

길드와 하우스 구성을 도입한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당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다 맡아서 하는 등 규모가 작았죠. 그럼에도 한 사람이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초기 단계부터 생각하면서 조직 구조를 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규모가 커질때 어떻게 포지션을 나눌 수 있는지 미리 고민할 수 있더라고요. 



Q. 힘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요?


저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바구니가 작게 여러 개 있어요. 첫 번째로, 힘이 들 때 내 일상을 지킬 힘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액션들을 해요. 대표적으로는 집안일을 합니다. 빨래를 돌리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내가 아직 일상을 지킬 수 있구나!’ 하고 확인해요. 두 번째로, 자기 전에 책을 꼭 읽습니다. 어떤 날은 두 페이지밖에 못 읽더라도, 반드시 책을 펴요. 제가 언제 힘든가 돌아보면, 많은 일을 했을 때보다는 인풋과 아웃풋의 밸런스가 안 맞아서 힘들 때가 많더라고요. 아웃풋을 너무 많이 내고 있었다면 인풋을 줘야 해요. 내 최소한의 인풋 관리가 필요한 거죠. 세 번째로, 신앙이 있기에 기도를 하기도 해요. 마음 밭을 열심히 관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체력적으로 지치면 ‘고기 먹고 싶다'고 동료들에게 말해요. 되게 별거 아니죠? (웃음) 


저는 스스로 ‘대표가 되어서, 왜 이정도밖에 못 버티는 거야.’ 이런 생각 안 해요. 그냥 좀 힘든가 보다 하죠. 힘든 날엔 하루 휴가를 쓰기도 하고요. 내가 하루 휴가 쓴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니거든요. 가끔 휴가를 쓰고 일할 때도 있어요. 누군가 나의 즉각적인 답변을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일하는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리더십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리더십 역량이 성장한다는 건, 사람이 성숙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숙이란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다양성을 진짜 이해하는 거죠. 사람을 입맛대로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면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그렇게 더 많은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부분,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간 맞지 않는 또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도 이해해보는 거죠. 부딪히는 부분을 좋게 푸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요. 그 과정에서 사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그 사람이 가진 틀을 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짜 성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폴인, 최지훈



Q. 해피문데이를 어떤 조직으로 만들어가고 싶나요?


항상 같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문제는 지금도 계속 나오거든요. 저도 계속 고민하고 배워나가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개인 성장의 기회가 끊임없이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왕 일하는 거 보람있게,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Q. 꿈꾸는 조직을 만들어가기 위해 시도해본 한 가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올해 헤이리더스에 가입한 후 <Leader’s HR> 워크숍을 듣고, 미래의 해피문데이는 어떤 모습일지 조직 디자인을 해봤어요. 사업 계획에 맞춰서요. 우리가 서비스를 구현해나가는 데 있어서 개발자가 이 정도 규모로 늘어나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도 그에 맞게 늘어나야 하겠다 등의 미래 조직도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어요. 회사의 단계에 따라 새롭게 추가할 포지션들도 미리 생각해봤고요. 그래서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 미래 계획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도 좀 더 여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됐어요. 왜 조직 디자인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지 새삼 느꼈어요. 


창업 초기에는 조직 디자인이 진짜 어려울 수 있는데요. 우리 회사가 이제 PMF도 찾았고, 어느 정도 방향을 좀 잡은 것 같다면 꼭 해보길 권합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막 달리는 와중에 정신없이 사람을 뽑게 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잖아요. 조직 디자인을 해놓으면 맵Map을 갖고 있는 느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조직도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 전략, 우선순위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중요한 조직도를 미리 그려보고 고민하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Leader's HR 워크숍 진행해주신 황성현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 조직도에 곧 회사의 미래 전략이 있다, 계획이 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꼭 해보세요! (웃음) 



To. 헤이리더스 멤버들

최근에 한 대표님과 만나서 고기를 먹었어요. 제가 힘들어서 고기 먹은 날인데요. (웃음) 대표님께서 제가 과거에 해드렸던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회사의 성공과 연관성이 있는 변수란 무엇인가를 추적한 어느 아티클 이야기였어요. 창업자의 나이, 전공, 분야, 펀딩 규모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분석해봤는데 유일하게 상관관계가 있는 항목은 딱 하나, ‘기업 평균수명’이라는 내용이었죠.

그 내용과 함께 버티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했었나 봐요. 대표님은 제 얘기를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멤버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잘 버텨보자. 다 버티고 있는 거다. 버티는 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From. 해피문데이 김도진